11시에 시작하는 하루
첫째 날에 늦게 자서 늦잠을 잤다..^^ 서로 알람이 울렸지만 깨워주지 않았더니 그만 10시에 기상을 해버리고 나갈 준비를 마치니 거의 11시였다. 아침으로는 프랑스식으로다가(친구 아버지가 프랑스인이다) 친구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크레페 반죽으로 친구가 크레페를 부쳐(?)줬다. 뻥안치고 인생 최고 크레페였다. 프랑스 친구가 해준 것보다 맛있었다.. 바나나 + 팜유 안들어간 누텔라 조합은 아는 맛이라 정말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를 했다! 부엌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느즈막하게 시작하는 하루라니 아직도 그 때 행복했던 기분이 생생하다.
바르셀로나에 온 이유 중 하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소제목 그대로 내 여행 목적 중 하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었다. 사실 성당 가이드 투어를 하려고 했지만 다음 번으로 미뤘다. (친구가 미리미리 표를 사라고 했지만 말 안 들었더니 표가 매진이었다..ㅋ...ㅠ) 밖에서 보는 것도 웅장한데 안에는 더 웅장하다고 해서 기대가 더욱 커졌다.
아무튼 나의 목적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앞에서 사진찍기 여서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수많은 인파를 뚫고 여행객들이 몰려있는 연못으로 갔다. 친구가 광각을 좋아해서 광각으로 찍어줬는데 몸이 조금 기괴하게 찍혔다 ㅎㅎ..
Passeig de Gràcia, 자라 쇼핑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슬슬 걸어서 Passeig de Gràcia로 갔다. 친구 말로는 바르셀로나의 샹젤리제 같은 곳이랬다. 가보니 진짜 샹젤리제랑 비슷했다. 거리 양 옆으로 양버즘나무(?)를 심어 놓은 것도 그렇고 명품 가게들이 많은 것도 비슷했다! 이 거리에는 가우디의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가우디 건물들 앞에서 사진 찍고 친구랑 얘기하면서 홀리듯이 자라(ZARA)에 들어갔다. 그냥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둘 다 6개 정도 입어보고 결국 충동 구매를 해버렸다. 왜냐면 자라가 스페인 브랜드라 스페인에서 사면 저렴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자라가 H&M보다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스페인에 오니 전혀 그렇지 않았고 슬랙스 26유로, 가방 30유로 등등 다른 나라보다 10유로 정도는 더 저렴한 것 같았다. 더 사고 싶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지갑을 닫았다.
Gothic Quarter, El Caganer shop, 타파스
자라 쇼핑 후 점심 먹을 겸 바르셀로나의 올드타운인 고딕쿼터로 넘어갔다. 고딕쿼터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묻혀 유명해지지 못한 바르셀로나 성당이 있다.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겉모습은 그냥 유럽의 여느 성당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파르셀로나 성당 앞에서는 버스킹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는 할아버지, 브레이크 댄스팀, 비눗방울 아저씨 등 스페인의 대도시답게 역동적이고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리저리 걸으면서 동네 구경을 하다가 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모자이크 벽화를 구경하러 갔다. 친구 말에 따르면 아티스트가 사람들한테 자유의 순간을 담고 있는 사진을 공유받고 그 사진들을 모아서 하나의 벽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벽화를 구경하고 친구가 어떤 기념품샵 같은 곳을 들어갔는데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입구에는 앉아서 똥을 누고 있는 조각상이 있었고, 상점 안에는 온갖 똥 누는 사람들, 연예인들이 있었다. El Caganer라고 문자 그대로 똥 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까딸루냐 지역 (Catalonian)의 전통이라는데 똥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 외 수많은 이유로 caganer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연예인들은 자신의 caganer가 만들어지면 정말 영광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로잘리아나 레이디 가가, 트럼프, 푸틴, 김정은 등등 우리가 이름대면 알법한 사람들의 caganer를 볼 수 있었다.
Caganer 상점을 구경하고 오후 3시쯤 점심으로 타파스를 먹으러 갔다. 친구 아버지가 계속 친구한테 가보라고 했던 타파스집인데 나랑 처음 가보는 거라고 했다. 가게 이름은 El Xampanyet이고 고딕쿼터에 있다. 입구부터 맛집의 바이브가 느껴졌다. 식당 안에 들어가니 샴페인, 와인과 함께 타파스를 즐기는 현지인들이 가득했다. 나는 예전부터 먹고 싶었던 판콘토마테랑 상그리아 같은 띤또 데 베라노(tinto de verano)를 골랐고 나머지는 친구 추천 + 맘에 드는 메뉴로 시켰다. 두 명이서 총 6-7가지 메뉴를 먹었던 것 같다.
만약 El Xampanyet를 간다면 꼭 꼭 새우를 먹어보기 바란다. 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새우들을 먹어봤지만 저 새우처럼 부드럽고 적당히 탱글한 새우의 식감은 처음이었고, 올리브유와 새우의 풍미가 적당히 어우러져서 판콘토마테로 새우 접시를 설거지 했다. 디저트로는 아마 서비스로 주신 것 같은데(?) 올리브유와 소금이 뿌려진 초콜릿을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조합인데 생각보다 단짠단짠의 조합이 괜찮았다. 하지만 다음에 내 돈 내고 시킬 것 같지는 않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타파스 먹고 수영한 일은 다음 포스트에 써야겠다...!^^ 분명 10월 말에 글쓰기 시작했는데 1월 말에 올리는 기적이 일어나다니.. 48시간짜리 여행을 네 달에 걸쳐 쓰는 P의 미루기 능력(?) ㅠㅠ
아무튼 내일 모레는 불가리아로 떠난다. 불가리아 여행기를 쓸지 안쓸지는 모르겠다만 다음 포스팅을 올리는 그날까지.. Tschü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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